기존 ‘외무고시’를 대체하는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이 시험에서 우리 인하대학교의 신소재공학부 05학번 이기호 학우가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는데요. 외교관을 꿈꾸고, 또 그 꿈을 위해 노력한 이기호 학우만의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힘겨워 지친 학우가 계시다면 이기호 학우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국립외교원의 연수 일정으로 인해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인하대학교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기호 학우께 감사드립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5급 외무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한 시험입니다. 2013년 6월 폐지된 ‘외무고시’를 대체해 2013년 4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선발 분야는 ‘일반외교’, ‘지역외교’, ‘외교전문’ 분야가 있는데요. 제가 합격한 ‘일반외교’ 분야는 1차, 2차, 그리고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차 때는 공직적격성평가(PSAT)가 있으며, 영어(영어 능력 검정시험으로 대체), 한국사(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으로 대체), 제2외국어(독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중 한 가지 언어 선택, 외국어 능력 검정시험으로 대체)에 관한 실력을 평가합니다.
2차 때는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며, 이 세 과목의 범위 안에서 출제되는 학제통합논술시험Ⅰ,Ⅱ를 통해 특정한 상황에 대해 정책을 도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시험의 마지막인 면접을 통해서는 인성과 역량, 전문성을 평가합니다.
현재 국립외교원에 입교한 상태이고, 입교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 국립외교원의 교육과정을 밟고 있으며 곧 평가가 있어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1년간 국립외교원에서 공직 소명의식, 전문지식, 외교역량, 외국어 능력 등을 키우기 위한 연수를 받게 됩니다.
외교관이 되고자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2010년에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하고 봉사활동 동아리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동아리에서 첫 시간에 짝을 지어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제 소개를 할 때 ‘25살’, ‘공대생’, 이게 제 소개의 끝이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짝이 되었던 다른 학교 친구는 자신의 대학과 자신의 전공을 소개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꿈이 PD예요.”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습니다.
‘아, 내가 꿈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은 거죠.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전공에 맞춰 길이 정해졌고, 그 길을 따라 그대로 흘러왔고 또 앞으로도 그대로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깨닫게 된 순간 무섭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만의 꿈을 가지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 전공과 관련이 있는데요. 공대에서는 주로 개발과 연구를 하는데, 개발과 연구의 성과를 어딘가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전공을 살려 외교업무를 하게 되면 전공 지식을 통해 외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기후변화협약’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견 차이로 인해 정체 중인데, 여기에 공학적 지식을 접목시키면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한다.’는 새로운 해결책을 낼 수 있죠. 즉 외교 문제의 Zero sum 게임을 공학적 지식이 담긴 해결책을 통해 Positive sum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외교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공학적 지식이 뛰어나신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외교 업무에 있어 제 전공을 살린다면 외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뚜렷할 것 같아 외교관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시험은 학교를 휴학하고 준비했는데요. 2010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2차 시험 종료일까지 정확히 3년이 걸렸네요. 1차 시험이 2월에 있기 때문에 처음에 6개월을 공부하고 첫 시험을 보게 됐는데, 떨어졌습니다. 그다음에는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1차 시험에서 또 떨어졌습니다. 1차에서만 총 2번 떨어진 것이죠. 그러다가 2013년 2월 ‘외무고시’의 1차에서 합격하고, 2차에서 떨어지게 됐습니다. 그 후에 2013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1차, 2차, 그리고 최종까지 합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공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신림동 고시촌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신림동에 가서는 주말을 빼고 하루 4,5시간밖에 자지 못 했습니다. 학원에서 4시간 동안 수업 듣고 나서 복습에 2배 정도의 시간을 쏟고, 또 일본어와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잠을 잘 못 잤습니다.
특별한 시험 준비 방법은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강의 자료와 문제집들, 경제/정치/법 교과서 등을 읽으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제2외국어로는 ‘일본어’를 선택했는데요. 아예 기초가 없어 시험 준비를 시작할 때 히라가나부터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외국에서 살다 왔을 것 같으시겠지만 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과목을 기초부터 찬찬히 공부했습니다.
▲ 이기호 학우의 공부 노트
저는 전공도 이공계열이고, 외국어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 간절히 노력했습니다. 또 시험 합격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즐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즐기는 사람은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가르친다는 기분으로 공부했습니다. 내 앞에 어떤 사람이 있고, 특정한 내용을 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내용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정리해서 그 사람에게 이해를 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의욕이 생기거든요. 또 공부가 잘 안될 때에는 헬스를 했습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한 건 아니고 집중이 안 될 때 했는데요. 운동을 하고 와서 샤워한 후에 공부를 하면 집중이 잘 됐습니다.
전공이 이공계열이기 때문에 정치나 경제, 법을 공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기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과 국제법 과목의 경우 강의 요약 자료 등으로 겉핥기 식의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치학은 좋아하는 과목이라 교과서도 보고, 고전도 찾아보면서 기초부터 쌓는 공부를 했는데요. 두 가지 방법의 점수 차이가 크게 나더라고요. 국제정치학 과목의 점수가 훨씬 잘 나왔습니다. 이후에 기초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요약 자료보다는 기초 강의 수업을 듣고, 교과서도 읽어보면서 기초부터 찬찬히 쌓으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모든 과목의 점수가 잘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렵고 힘들 때는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목표가 있다면 목표를 향해 몰아붙이는 성격이라 2차 시험 10일 전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공부를 했었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불면증을 겪기도 했는데요. 저는 계속 ‘괜찮다‘고 되뇌면서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힘겨움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여유로운 성격의 분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은 독이 될 수도 있겠죠?
도림천 근처를 걸으며 햇볕을 쬐면서 휴식을 가졌는데요. 그때 ‘로이킴’의 ‘봄봄봄’이나 밴드 ‘솔루션스’가 ‘밴드의 시대’라는 프로그램에서 부른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그 노래들을 들으면 큰 힘이 됐습니다.
▲ 솔루션스 – 지금 이 순간
오랫동안 공부를 하면서 제 능력치의 최저와 최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공부를 하면 제 몸이 못 버티는지 또는 완전한 집중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제가 얼마나 ‘찌질’한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는데요. 제 능력치의 끝까지 공부를 하면서 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진정한 공부를 제대로 해봤던 것 같습니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움츠러들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자신이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생각하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저를 대단하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특별한 비결 또한 없고요. 사실 시험에 있어 비결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시험을 보게 된 동기도 다르고, 그에 따라 이뤄내고자 하는 의지나 열정 모두 다르잖아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뤄낸 결과에서 ‘결과’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이나 시험에 있어 급급한 마음에 빠르게 목표를 이루려 하거나, 내 분야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 짓고 쉬운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죠. 하지만 쉽게 얻으려 하지 마세요.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보세요. 그것이 자기가 간절히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없다면 우선 자기에게 주어진 것부터 제대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여러분이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립외교원에서의 연수에 집중하려 합니다. 올해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국립외교원 교육과정이 끝난 후에 복학하고 학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실력이 쌓일 때까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차분히, 침착하게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기본기를 닦으니 실력이 빨리 늘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급한 마음에 겉핥기 식으로 공부하다 보면 이도 저도 안됩니다. 가장 빠른 길이 천천히, 제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니고, 자신이 자기 스스로에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몰랐으니까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봉사활동 동아리를 하다가 이 길에 들어서게 됐는데,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제가 만약 봉사활동 동아리도 하지 않았더라면 제 꿈을 고민해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꿈을 이루지도 못했겠죠.
우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취미활동이든, 학과 공부든 그 어떤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해보길 바랍니다. 사실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학과 공부를 성실히 안 해본 경우가 많잖아요. 그냥 전공이 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학우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죽도록, 최선을 다해서 학과 공부를 해보고 나서 판단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부터 해보고 나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시험 합격 사실만 접하고 ‘어떤 스펙을 가지셨길래?’, ‘어떻게 공부하셨길래?’하고 시험 합격 사실에만 집중하고 그 방법만을 궁금해했는데요. 인터뷰 내내 이기호 학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중요한 건 ‘시험 합격’보다도 나의 꿈과 의지, 노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취업 혹은 고시를 준비하고 계신 학우 분들, 여러분의 꿈과 가능성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이 인터뷰 내용이 인하대학교 학우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다시 한 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기호 학우께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ㅣ 인하누리 이혜빈 (hjb1204@naver.com)
편집 l 인하누리 김혜현 (haehyun1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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