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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仁/인하人 이야기

에그피알 대표 홍순언 선배님을 만나다!

 

 

 

 

정보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매일 새로운 이슈가 물밀듯 쏟아지는 정보화 시대에서 홍보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거의 모든 기업체가 회사 내부에 홍보팀을 두고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보의 주요한 창구 중 하나는 바로 공신력을 갖춘 미디어이다. 그런데 매체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사내 홍보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홍보대행사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기업과 클라이언트 대신 그들의 니즈대로 PR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이다. 여기서 PR은 Public Relations의 약자로 공공관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왜 좋고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여 호의를 생산하는 공공관계의 기술이다. 홍보대행사는 광고와 달리 고객사의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은연중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고객사가 SNS에서도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전략을 제공하거나 대신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고객사의 아이템들을 특별한 테마로 엮어서 기획 자료로 정리하여 기자에게 전해주는 일 등을 한다.

 

 

이때 최전방에서 모든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담당자가 PR 매니저라 할 수 있는 AE(Account Executive)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대행사의 책임자를 일컫는다. PR의 범위가 넒은 만큼 AE가 하는 일도 다양하다. 이벤트나 캠페인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언론보도를 하고 여론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을 한다. 고객사 관계자와 수시로 소통하며 니즈를 파악하고 주요한 이슈가 생기면 보도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알린다.

 

 

홍보대행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하대학교 철학과 87학번이자 에그피알 대표홍순언 선배님을 만났다. 그는 국회 홍보 보좌관과 벅스뮤직 홍보 담당 이사 경력이 있으며 홍보업계에서 16년째 일해 온 베테랑이다.

 

 

 

인하누리Q : 홍보대행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홍보대행사는 주로 기자를 상대로 설득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이번주에 서대문 레스토랑 기획기사를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정보를 주는 겁니다. 'F 키친'이라는 곳이 있는데 좋은 올리브오일을 써서 파스타가 담백하고 학생들에게도 부담 없는 13000원대 가격이며 저녁에는 가볍게 맥주도 즐길 수 있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기사가 나가게 되면 네이버에 검색 되잖아요. 그럼 홍보 효과가 있겠죠. SNS 홍보도 하는데 주방용품 회사인 ‘코멕스’ 공식 페이스북을 저희가 대신 운영하고 있어요. 재밌는 콘텐츠나 신제품 홍보 글을 올리거나 이벤트도 해서 회원을 늘리고 있죠. 또한 온라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파워블로거 를 섭외해서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포스팅하도록 합니다. 예쁜 펜션 안을 LG 전자제품으로 다 채워놓은 다음 파워블로그 가족들이 여행 가도록 해서 사용 후기를 남기도록 하기도 합니다. CJ 오쇼핑 홍보버스도 합니다. 여자 옷가지, 선글라스, 건강식품 따위를 싣고 홍보버스가 직접 아파트 부녀 회관을 찾아가거나, 여름에는 홍보버스가 바닷가를 찾아가 수영복, 오일 등을 나눠주는 샘플링 이벤트를 하기도 하죠. 파주에서 북 페어를 할 때는 아동도서 사러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린이 장난감, 두뇌 발달에 좋은 식품 등을 싣고 간 적도 있습니다.

 

 

인하누리Q : 홍보랑 광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희 어머니도 제가 뭘 하는지 모르셔요.(웃음) 광고와 홍보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많죠. 광고는 'Buy me‘예요. 돈 주고 지면을 사서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을 마음대로 써도 되죠. 반면 홍보는 ’Love me‘로 관계 형성을 통해 팩트를 전달해서 설득해야 하죠. 그래서 광고와 달리 ’세계 최고‘와 같은 과장된 말은 잘 쓰지 않아요. 그래서 홍보는 의도대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광고는 돈만 있으면 9시 뉴스에 넣을 수 있지만 홍보는 기자를 만나 설득해야만 9시 뉴스에 실을 수 있죠. 일반적으로 잡지의 경우도 페이지의 1/3이 광고라면 나머지 2/3도 홍보대행사의 영역이랍니다. 홍보대행사에서 자료를 보내 기자들의 취재를 돕거든요. 얼마 전 헤드폰 론칭 행사를 헤드폰 낀 모델을 앞에 세워놓고 기자분들을 모시고 진행했어요. 그럼 이게 이 달의 좋은 제품, 헤드폰 비교 품평기, PPL 등 기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사가 실리게 되면 홍보로 이어지는 거죠. 연구에 따르면 잡지 50%, 신문 20%가 홍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거든요. 홍보도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어디서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있는지 ’360도 PR‘을 하곤 해요. 무조건 신문에 싣는다고 능사가 아니라 제품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입소문이 중요한지, TV 프로그램에 나와야 유리한지 말예요. 매년 제일기획과 HS애드와 같은 광고대행사의 미디어 채널 조사 연구 결과와 네이버 연령대별 인기 검색어를 참고하기도 하죠.

 

 

에그피알이 준비한 JBL과 AKG 헤어셋, 이어폰의 F/W 쇼케이스 현장이다.
청담동 하만플라자에서 진행했는데 29개 매체에서 참석했다.

 

 

인하누리Q : 창업을 하신 분으로서, 창업 시장 현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창업은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기에 쉽지는 않지만 해볼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에 음식점이 10개가 생기면 8개는 망해요. 어찌 보면 명문대 가기보다 힘든데요. 경제적 자본뿐 아니라 인맥과 업종에 대한 깊은 이해 등 사회적 자본이 필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잘하는 일로 창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잘 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이죠. 일단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비집고 들어가서 인턴이라도 해본 후, 이걸 해서 칭찬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세요.

요새 요리 학원에서 만난 치즈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전국을 돌며 치즈를 샘플링해서 셰프들한테 갖다 주면서 치즈 시장 넓히고 있더라고요. 반면 명문대 경영학과를 공대생들이 스타트 업을 많이 하는데, 창업 이유가 자아 완성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사회적 관심을 끌어 그 회사를 팔기 위해서더라고요. 또 젊은이들이 정육점, 음식점, 커피숍, 편의점 창업을 많이 하는데 진정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보다 돈을 벌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인하누리Q : <에그피알> 페이스북에 보니, 창립기념일에 3박 4일 홍콩투어를 가거나 리움에 갔다고 해서 인상깊었습니다.

에그피알은 직원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창립기념일은 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다 같이 Work가 Life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창립기념일에 홍콩 쇼핑몰 투어를 가서 마케팅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에 돌아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거나 미술관 투어를 하기도 했어요.

 

 

 

올해는 에그피알이 4주년을 맞았다.
지난 11월 1일 에그피알 생일날,
매년 생일을 기념해 그랬듯이 그들은 정동길을 걸어 미술관에 가고 오후엔 에그를 생각하며 푹 쉬었다.

 

 

인하누리Q : 직원 복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새 ‘컬트데이’(Culture and Trend Day)를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오전 근무만 한 후 점심 먹고 오후 1시에 퇴근을 시켜줘요. 퇴근하고 현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가로수길 같은 곳을 돌아다녀보라고 장려하는 거죠. 지난 컬트데이 때는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다녀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감성적으로도 풍부해질 필요성이 있어요. 그림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인포그래픽스를 같이 공부하고 외부에서 하는 강의에 참가하거나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티켓을 지원해줍니다. 일과 관련 없는 것도 많이 하라는 이야기 많이 해요. 어떤 홍보대행사 사원급일때는 외부교육 잘 안 보냅니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회사 분들과 서로 근무조건 등을 비교하다 이직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그리해서라도 직원들의 사고가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홍보대행사는 많은 야근과 높지않은 임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판을 좀 깨고 싶어요. 야근을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하지 말자고 해요. 야근할 때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까 직원들이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 아기 고양이가 새로운 식구로 데려왔답니다. 사실 저희 회사에 부장님이 안 계셔서 금부장님이라고 부르던 금붕어는 예전부터 키웠어요. 그런데 고양이가 새로 왔으니 어떤 직급을 주어야 하나 저희들끼리 논란이 계속 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여들이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홍보대행사에서는 여성들이 핵심인력이거든요. 우리나라는 기업이 잘 장려하지 않을 뿐이지 산후휴가 관련 법과 제도가 잘 돼 있어요. 작은 회사에서 직원 한 명이 빠지면 영향이 크지만 당당하게 산후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홍순언 선배님은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했다. 대기업에서는 Work&Life Balance와 119(술자리는 1차, 1가지 종류, 9시에 끝내자)를 외치지만 현실은 다르다면서 말이다. 일단 9시에 퇴근해야 9시 전에 술자리를 끝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아이러니다. 이제 그는 이 틀을 깨고자 한다. “Work는 Life는 서로 반대 개념이 아니다. Work는 생계수단도 아니라 Life를 풍성하게 요소가 돼야 한다.”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행복할 것 같다는 상상이 된다.

 

 

인하누리Q : AE를 지망하거나 홍보 업계로 취업을 준비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잘 하는 걸 해야 합니다. 무조건 인턴을 해서 홍보 일에 부딪혀 보세요. 첫째,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둘째, 글쓰기와 말하기를 잘 해야 합니다. 홍보 일을 하다보면 클라이언트와 기자를 대화로 설득해야하고 기획안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글을 올려야하기 때문이죠. 셋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상상력이 풍부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풍부해야 텍스트가 나오기에 문맥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또한 홍보 일은 마감기한이 있고 동시에도 여러 개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시간 엄수가 중요해요. 대학을 안 나와도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아요. 최근 인기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씨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바둑판에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잖아요. 비록 전문용어를 잘 모르고 친구 하나 없을지라도 그런 내면의 잠재력,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인하누리Q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어떻게 되시나요?

큰 회사를 꿈꾸지 않습니다. 18명 넘지 않는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처음에 왔던 직원들이 끝까지 다 있기를 원하기보다도, 다만 “에그피알에서 제대로 배웠구나, 거기 있었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와 기자분들로부터 존경받는 홍보대행사가 되고 싶습니다. 업계 한 선배님께서 ‘인컴피알재단’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뜻이 좋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나 단체를 홍보로 돕는 재단인데, 나중에 은퇴하게되면 그와 같이 재능기부를 하고 싶네요.

 

 

 

인하누리Q : 대학생활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민주화 운동이 중요했습니다. 80년대에는 그랬죠. 학기 중에는 매주 세미나 4, 5개씩하고 방학에는 농촌봉사활동과 MT 여러 개 다녔어요. 농활 가서는 2~3시간밖에 못 자고 오늘의 활동을 반성하고 내일 할 일을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굉장히 사회적 책임을 느꼈고 이 세상을 바꿔놓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인하대 교지 편집위원회 편집장을 했습니다. 이 때 교지에 편집 디자인을 많이 신경썼어요. 폰트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는 걸 느꼈죠. 원래 네모 글꼴이었던 제호를 처음으로 샘물체로 바꾸기도 했죠. 제 대학생활의 절반 이상을 교지가 차지했었고 지금 홍보 일을 하게 된 것도 교지 활동이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인하누리Q : 인하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교 때 너무 분주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술 먹고 떠들면 시간은 잘 가는데 결과적으로 남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나와 더 직면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막걸리 담그는 법을 배우거나 혼자서 베낭 매고 밥 얻어 먹으면서라도 남도를 돌며 나와 만나는 시간을 더 가질 걸 그랬어요. 자기 계발 차원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걸 알아보는 여러 방법도 있었을 텐데 말예요. 대학생 때는 여유롭게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그 때부터 너무 어른처럼 분주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후배들도 좀 현실과 거리를 둬서 자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요. 그런 시간들이 있었을 때 사람은 질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과 강연과 책으로 인해 변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과 멀어진 순간에 확 성장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홍순언 선배님은 인하대 후배들에게 애정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홍보에 관심 있는 후배들의 상담 대환영이라며 선뜻 이메일 주소(thomas@eggpr.co.kr)를 먼저 알려주기까지 하셨다. 인하대학교 캠퍼스가 넓고 좋으니 캠퍼스라이프를 잘 즐기고 졸업한 선배들을 적극 활용하라는 말씀을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 됐다. ‘AE’라는 직업에 관심이 가지 않는가. 필자는 광고와 홍보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게 되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항상 배우고자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AE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l 인하누리 노유진(marchhyanggi@naver.com)
편집 l 인하누리 한나람 (mimi8187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