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아주 오래전이었어요. 아주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10대 시절의 거치면서는 작가라는 것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어떻게 사람에 대해 쓰지요? 당연합니다. 특히 저는 한달에 한번 시민과 작가들이 마련하는 304낭독회 자리에 매번 나가요. 아직까지는 한번도 빠지지 않아서 나름 개근상을 주고 있어요. 304낭독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작가와 시민들의 낭독회입니다. 인하대 친구들도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한번 낭독을 들으러 와보세요.
세상의 많은 일들에 우려를 보내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혐오의 문제’이지요.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실제에서의 어떤 폭력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걱정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만든 이 공동체에 우리가 있는 것은 함께 살기 위해서입니다. 함께 살 수 없음을 표명하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견딜 수 없는 상황들이 있고 그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만들어내고 방조하며 때론 그것을 조장한다고도 생각하기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가는 쓸 수 있어서 좋고 써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어요.
저는 주위에서 발견되는 장면들, 인물들, 대화들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정도의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쓰지 않아요.
함께 살자고 손을 내미는 것.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타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가장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체력이에요. 소설가는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적어도 꾸준히 매일 작업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감을 앞두고 며칠 밤을 새게 되는데 그것 역시 웬만한 체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평소에 떠오르는 영감들을 기억한다->잡지에서 청탁이 들어온다->열심히 쓴다->좌절한다->그래도 계속 쓴다->또 좌절한다->원고 펑크를 낼까 심각하게 고민한다->다시 쓴다->완성한다->기뻐하고 명작을 썼다는 생각에 의기양양한다->그 다음날 읽고 다시 좌절한다->마감일 독촉 전화를 받는다->열심히 고친다->망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계속 읽고 고친다->송고한다->다음번에는 정말 명작을 쓸 것이라고 다짐한다. ^_^
저는 직장 생활을 한 터라 주로 낮에 작업을 해요. 그래서 일어나는 시간도 오전에 일어납니다. 아침을 먹고 현실 세계의 일들을 처리해요, 청소라든가 빨래라든가 안과에(안구 건조증이 있어요) 간다던가 은행에 간다던가 물건을 사러 간다던가 하는 일들을. 그리고 점심을 먹고 2시가 3시부터는 카페로 나가 작업을 합니다. 물론 작업을 빙자한 인터넷 서칭이나 불필요한 물품 구입들도 하지요. 그리고 나서 다시 저녁을 먹고 좀 더 집중해서 2차 작업을 8시부터 11시까지 합니다. 물론 강의를 나가거나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다른 스케줄대로 움직이기도 해요.
이런 질문을 작가 초기에 받았을 때는 이렇게 말했어요. 세계를 전망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소설을 더 쓰면 쓸수록 그런 멋진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현재형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세계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며 그것을 소설로 쓰고 독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그런.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제가 쓴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한마디로 소설을 너무나 사랑하고 소설만 쓰고 싶어하는 ‘모범생 스타일’의 국문과 학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때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읽었어요. 지금은 아주 멋진 건물의 도서관이 있지만 제가 다닐 때는 좀 작은 서가가 도서관의 다였는데 거기를 하릴없이 돌아다니면서 아무 책이나 꺼내보고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학생회관 6층의 생활도서관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곳이 있지요! 여러분도 한번씩 올라가보시길요. 인경호가 내려다보이고 바람도 좋으며 무엇보다 조용했어요. 저는 거기서 친구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기도 했답니다. 그 편지는 아주 길었고 다정했지만 스무 살 무렵에 느꼈던 외로움, 슬픔 같은 것이 담겨 있기도 했어요.
작가는 일단 자기 자신의 상처에 대해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되고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을 말씀드리면 유시민의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아르놀트 하우저 등이 지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그리고 소설로는 신경숙의 <외딴방>을 추천하고 싶어요.
유시민,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아르놀트 하우저 등,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신경숙, <외딴방>
이번 여름 무척 더웠는데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스무 살 시절이 유연해서 좋은 날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날들에 고여 있기보다는 흐르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설이 아마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들과 함께하세요.
“사랑하죠, 오늘도”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김금희 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어봤는데, 거기서 나오는 이 한마디가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것은 직접 읽어봐야 느낄 수 있는 여운일 거예요. 지난 과거를 긍정하는 동시에 미래는 알 수 없다는 불안을 함께 지닌 이 말. 그리고 작가님께서 지난 1학기에 처음 『창작을 위한 글쓰기』라는 수업을 인하대에서 해주셨는데, 이번 2학기에도 강의가 열린다고 하네요! 연일 마감에 시달리며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의 건필을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인하누리가 힘껏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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