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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仁/인하人 이야기

인하대 국어교육과 김영교수님 인터뷰 -2-



 

 

김명인 선생을 만난 걸 저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나보다 스승이라고 생각해요. 뜻이 잘 맞아서 행복해요. 김명인 선생은 똑똑하고 양심적이고 글도 잘 쓰죠. 소울메이트라는 말은 김명인 선생이 페이스북에서 지어낸 것인데요. 선배교수, 동료교수 이런 것보다 같은 이상을 가지고 의기투합된다는 뜻에서 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문학을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인들이 있잖아요. 그것보다 같은 취미, 스타일보다 더 높은 경지에 가면 동지’. 변혁기에 혁명을 같이 하는 사람, 나라를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 일제시대에 있었다면 나라를 위해 같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 ‘동인보다 더 농도가 짙은 게 동지’입니다. 나이를 떠나서 그런 정도의 사이죠. 제가 안식년에 런던에 있을 때도 김명인 선생이 놀러 와서 같이 셰익스피어 생가도 갔습니다. 가족들이랑 중국, 베트남, 제주도 여행도 같이 갔죠. 학교 안에서의 형식적인 동료 교수가 아니라 영혼을 서로 일깨우고 배우는 관계입니다. 이런 문제를 김명인 선생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서로 의식하고 일깨우면서 하루라도 생각을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습니다. 이게 썸타는 건가?(웃음) 그게 아니라 남자들만의 그런 게 있어요.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대학 다닐 때는 한문학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고전 작품들을 보다 보니까요. 한글로 되어 있는 작품은 10분의 1밖에 안 돼요. 80~90%가 한문으로 된 거예요. 연암 박지원, 홍대용, 정약용, 최치원 등 다 한문이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의 세계를 알려면 한문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공부하게 됐는데, 이것도 사연이 있어요.

 

 

한문이 어렵고 힘드니까, 한문학의 대가 끊어지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SK에서 한학자 양성 장학생을 뽑았어요. 그러니까 그냥 두면 한문학을 안 하니까 장학금을 주면서 왕조실록도 번역하고 고전 볼 사람을 키우는 거죠. 동양사학, 역사, 철학, 미학사, 과거의 전통 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하죠. 장학생이 되면 78년 당시 10만원을 매달 줬어요. 지금으로 하면 100만원 정도죠. 엄청난 돈이죠. 그 때 제가 굉장히 가난했답니다. 아버지가 대학 4학년 때 돌아가시고 스스로 등록금을 벌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주경야독을 해야 했습니다. 낮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야간학교 교사로서 일주일에 20시간을 강의했죠. 그렇게 1년을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장학생 모집 공고가 눈에 띄더라고요. 나를 위한 거다. 공부하고 돈도 주는 거니까. 한문학을 하게 됐죠.

 

옛날에 종로 2가에 태동고전연구소에 가서 공부를 했는데, 1년 지난 뒤에는 양주군 서당에서 공부를 했어요. 1년 동안 공부하느라 휴학을 했었죠. 남들은 대학원을 석사과정 2년만에 졸업하는데, 저는 3년만에 졸업했죠. 제가 독립을 해야 했기에 공부만 할 수는 없었어요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강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안 사람을 사귀고 있었고 스물여덟, 아홉이었기 때문이죠. 강의를 나가면서 박사 과정을 해야 했기에 서당에 가서 공부를 하는 건 2년밖에 못 했죠. 1년은 대학원 다니면서, 1년은 휴학하면서 했어요. 과도기가 6개월 정도 있었고요. 강사 생활을 하면서 박사 과정을 생활했으니 힘든 생활을 했죠? 낮에는 학생(대학원생)이면서 강사였죠. 연세대, 상명대, 덕성여대에서 강사를 하다가, 박사 과정을 수료하기 전에 강원대학 전임 강사가 됐어요. 그래서 박사 과정 한 학점을 덜 들어서 강원대 교수로 있으면서, 춘천에서 연대로 매주 한 과목 그거 들으러 다녔어요.

 

 


 

 

여러분 가르치는 시간과 식사 시간 외에는 불필요한 만남과 모임을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지만 시간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고 아낍니다. 절대 2차를 가지 않습니다. 시간과 돈이 아깝고 머리가 희미해지기 때문이죠.

 

평소에는 학교 밖을 나가지 않고 교직원 식당에 가서 삼, 사천원짜리 밥을 먹고 시간을 아껴요. 대신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는 맛있는 밥을 사며 격려하죠.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산책을 하죠. 엄격하게 시간을 관리하죠! 지난 번에 인문학을 위한 한문강의’ 를 쓸 때에는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글을 쓰고 출근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밤에 10시쯤 잤어요.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침에 일찍 와서 한 연구실에서 밤 10~11시까지 있었어요. 집에서는 이를 닦고 자고 아침을 먹고 나왔죠. 그거 외에는 연구실에서 살았습니다. 그 때 목가적이고 낭만적이고 조용한 곳에서 10년간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죠.

 

여기 학교에 와서도 아침 7시 반 통근버스로 와서 목동으로 가는 9시 반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생활을 했었죠. 이렇게 생활하니 책을 한 10권은 낼 수 있었죠. 제가 페북을 하는데요. 페북 친구가 3천명이 넘습니다. 글을 구상을 해놓았다가 새벽에 페북에 쓰는 거죠. 외손녀를 자랑할 때도 있지만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담는 글들이죠.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글을 썼죠. 그렇지만 요새는 제 전공 학문 관련 글들을 올리곤 해요. 그 사람만의 전공영역이 있겠지만 서로 보완하는 거죠.

 

시간 관리, 돈 관리를 엄격하게 해요. 영국 런던대학에 있을 때 마누라는 골프와 승마를 하고 싶어 했지만, 선비 아내는 검소해야 한다고 안 된다고 했어요. 검소해야만 남한테 베풀 수 있는 거니까요. 사제동행 날도 왜 저는 스케줄이 없겠어요. 그렇지만 그 만남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 거죠.

 

학생뿐 아니라 사람을 모두 귀하게 여겨야 해요. 2층 청소 아줌마랑 친해요. 아침에 커피 테이크아웃을 해오면 아주머니랑 커피 나눠 마셔요. “대강 하세요. 미끄러워요.” 칭찬을 건네죠. 가지고 있는 선물들을 청소아줌마와 기사들에게 먼저 주고 해요. 교수회 의장을 할 때 교수들에게 회비를 걷어서 청소 아줌마, 기사들에게 기념품을 다 나눠줬어요. 그런데 비난하는 교수들 없이 잘 했다고 하더라고요. 교수들은 역시 교수지.(웃음)

 



 

주말엔 서점에 늘 가요. 안 사더라도 항상 신간을 보죠. 그런데 책을 많이 사서 책이 많아요. 웬만하면 책을 사서 보려고요. 백만원짜리 옷을 이만원에 세일한다고 하면 안 살까요? 다 사겠죠. 그런 느낌이에요. 좋은 책은 작가의 몇 년간 고뇌의 산물인데, 독자는 몇 만원을 주고 사서 하루면 알 수 있죠.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축복이예요. ‘초파격세일. 득템했어! 오늘 나 건졌어! 행복해.’ 예를 들어 한강 작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책을 읽고 인터뷰를 통해 책을 썼지만, 저는 하루면 그의 소설을 통해 그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자신의 주위에 다이아몬드가 떨어져있는데도, 다이아몬드인 줄 모르고 돌인 줄 알고 줍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에 대한 존경과 격려, 위로의 의미로도 구입해요.

▲김영 교수님의 저서


국문학책 관련 되는 게 절반, 나머지는 사회과학 역사 철학 그런 책이에요. 참된 지식인이 되기 위한 책 절반, 올바로 살기 위한 책 절반인거죠. 국문학자이자 한문학자로서 책을 읽고 주중에는 학자로서 연구논문을 쓰며 이제껏 10권의 책을 냈죠. 그렇지만 주말에는 정의ㆍ 평화 ㆍ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어요.

 




 


인하대 학생들 너무나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이 인하 대학에서 미래를 꿈꾸면서 실력을 배양하고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 것 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고 힘든 걸 알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렵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여러분들의 목표를 향해서 바르게 정진해나간다면 길이 있으리라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여러분 스스로를 아끼고 자중자애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준비하고 친구들과 교류하고 격려, 연대하면서 같이 아름다운 세상,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은다면 그런 사회가 한 걸음, 한 걸음씩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여러분! 집중해서 공부하시고 또 친구들, 뜻 있는 선생님들과 연대하여서 함께 아름다운 꿈을 꾸기를 기대합니다. 언제 또 기회 있으면 우리 책으로 만나고 또 연구실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을 다해 성의있게 대답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40년이 넘는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어린 저를 귀하게 존중해주신다는 느낌을 인터뷰하면서 받았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노트랑 책도 직접 꺼내서 보여주시며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미처 지면에 담지 못한 내용도 많지만 64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살아있는 눈빛에서 젊은 청년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하대학교에 이런 멋진 교수님이 있기에 인하대학교가 더 빛이 납니다. 교수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