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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仁/문화 이야기

가을의 끝자락, ‘시’와 함께 해요!



안녕하세요! 인하인 여러분 :-) 단풍의 절정을 지나 고운 낙엽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운치를 더하는 요즘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걸리지 않고 11월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죠. 책도 좋지만 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부터는 가을과 관련된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해요. 가을하면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르는데요. 여러분도 혹시 떠오르는 시가 있나요? 박노해의 <가을볕>, 안도현의 <가을엽서>,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도종환의 <가을 사랑>, 김영랑의 <-매 단풍 들것네>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가을볕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은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된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을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매 단풍 들것네

  



지금까지 가을에 같이 보면 좋은 시들을 살펴봤습니다. 시는 함축적이기에 산문보다 독자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시를 읽다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추억을 떠올려보게도 되는데요. 어떤 시가 가장 와닿으셨나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 동안 프로필 사진이나 페이스북에 많이 등장했던 시구이죠.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입니다. 25년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외벽을 장식해온 광화문 글판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구(詩句)이기도 한데요. 나태주 시인하면 풀꽃밖에 모르는 분이 많을텐데, 그의 또 다른 시 멀리서 빈다는 어떠셨나요? 암으로 사별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절실하고 진솔하고 노래한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도종환의 시인의 가을사랑은 어떠셨나요그리고 뛰어난 언어의 조탁과 영롱한 서정을 보여주는 시인, 김영랑의 -매 단풍 들것네는 어떠셨나요? 전라도 사투리로 누이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들어난 시이죠. :-)

요즘 패딩을 입어도 괜찮을만큼 날씨가 춥습니다. 주변에 콜록콜록 기침하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_) 오늘은 이 구절을 끝으로 포스팅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 인하인 여러분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